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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1955~2011) 별세 기사는 조선일보 2011년 10월 7일자 1면 톱 자리에 마련됐다. 뿐만 아니었다. 평일 발행 경제 섹션을 ‘스티브 잡스 섹션’으로 바꿔 만들었다. B1~2면 ‘잡스, 그 치열했던 인생’, B3면 ‘잡스가 바꾼 세상’, B4면 ‘왜 그가 위대한가’, B5면 ‘잡스 이후의 세계’, B6면 ‘삼성·LG는…’이었다.
1면 부음 기사는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창업하고 내놓은 기기에 모두 소문자 ‘i’를 붙인 이유를 분석했다. 잡스의 정체성을 ‘나(i)’에서 찾은 것 배추 이다.



스티브 잡스 별세. 2011년 10월 7일자 A1면.


“스티브 잡스는 소문자 ‘i’면 충분하다는 걸 증명했다. 애플의 아이맥(iMac), 아이폰(iPhone), 아이팟(iPod), 아이패드(iPad)엔 모두 신용회복위원회 신청 ‘i’가 붙는다. 대문자가 아니라 소문자다. (중략) 젊은이들은 이렇게 받아들였다. 그래, 나(i) 별거 없는 인간이다. 그런데 나는 나다.”(2011년 10월 7일 자 1면)
1955년생 동갑내기 라이벌이었던 빌 게이츠와 비교도 빼놓지 않았다.
“하버드대를 다닌 천재이자 기부·선행의 대명사인 빌 게이츠가 ‘모범 답안’ 청주저축은행 천재라면, 미혼모에게서 태어나 망나니짓을 하고 대학을 중퇴한 스티브 잡스의 시작은 삼류였다. 자기 회사에서 쫓겨나기도 했고, 대드는 직원은 가차 없이 잘랐다. 그런데도 세계는 이 괴팍한 창조자에게 열광했다.”



조선경제 섹션을 스티브 잡스 별세 관련 기사로 채웠다. 2011년 부산솔로몬저축은행 10월 7일자 B1면.


스티브 잡스는 오리건주 리드대학을 3학기 만에 중퇴하고 21세 때인 1976년 친구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부모의 차고에서 ‘애플’을 시작했다. 둘이 시작한 애플은 10년 후 직원 4000여 명, 20억달러 가치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독선과 고집스러운 성격 때문에 1 여신금리 986년 모든 경영진이 창업자인 그를 쫓아냈다. 함께 일했던 제프 래스킨은 “스티브 잡스가 있는 곳에선 항상 배신과 다툼,편 가르기가가 일어났다”고 증언했다.
잡스는 자주 극단적인 말을 했다. 매킨토시 출시 이후 직원 4분의 1을 해고하면서 “너희들은 B급이야”라고 비난했다. 납품사가 일정을 못 맞추겠다고 하자 “빌어먹을 고자 녀석들(Fucking dickless assholes)”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남들이 뭐라고 하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It’s simply who I am, This is who I am).” “나는 필터가 없는 사람이야.”



2011년 10월 25일자.


1986년 애플에서 쫓겨난 후 넥스트를 설립하고 픽사를 인수하면서 성격이 극적으로 바뀌었다는 증언도 있다. 잡스와 20년 함께 일한 픽사의 에드 캣멀 사장은 2013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은 스티브가 나이가 들면서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아는 스티브 잡스는 그가 젊었을 때의 일”이라고 했다.
“(잡스는) 애플에서 쫓겨나 넥스트를 만들고 픽사를 사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운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실수를 경험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관점이 극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우리가 1995년 ‘토이스토리’를 만들어 큰 성공을 경험했을 때 그는 젊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어요. 그 이후 잡스와 함께한 사람들은 그의 인생 끝까지 함께했습니다.”(2013년 9월 14일자)



스티브 잡스 전기 쓴 월터 아이작슨 인터뷰. 2012년 4월 21일자.


빌 게이츠와는 초기부터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게이츠는 1975년 MS를 창업했다. 1984년 잡스가 매킨토시 컴퓨터로 승승장구할 때 게이츠는 위기를 맞았다. 게이츠가 MS ‘윈도95’로 반격에 성공하자 잡스는 아이디어를 도둑맞았다고 펄펄 뛰었다. 잡스는 MP3 플레이어 ‘아이팟(IPod)’으로 재기했고, 이번엔 게이츠가 ‘준(Zune)’이라는 MP3로 도전했다.
2007년 5월 30일 두 사람은 처음으로 무릎을 맞대고 마주했다.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에서 열린 디지털 산업 콘퍼런스 자리였다. 가시 돋친 설전이 벌어질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둘은 90분 내내 상대에게 찬사를 보냈다. 어느 청중이 서로에게 배운 점을 묻자 게이츠는 “잡스가 일하는 방식은 특별하며 매혹적”이라고 답했다. 잡스는 “MS가 다른 IT 회사들과 협력하는 능력을 존경한다. 애플이 DNA에 그런 장점을 조금 더 갖고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 별세 한 달여 후인 2011년 10월 24일 월터 아이작슨이 쓴 전기 ‘스티브 잡스’가 전 세계에 동시 출간됐다. 타임지(誌) 편집장 출신인 아이작슨은 잡스와 2년에 걸쳐 50차례 이상 인터뷰하고 그의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와 빌 게이츠를 포함한 비즈니스의 적(敵)들까지 100명 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책을 썼다.
평소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잡스가 전기 집필을 허락한 이유는 자녀에게 자신을 이해시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아이작슨은 “잡스는 ‘나는 아이들과 늘 함께하지 못했다. 아빠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아빠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아이들이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고백했다”고 전했다. 잡스는 아내 로런 파월과 사이에서 1남 2녀를 두었다. 23세 때 만난 여성과 사이에서 얻은 첫딸은 친자로 인정하지 않다가 10년이 지난 후에야 자식으로 받아들였다.



찢어진 청바지 입고. 1999년 3월 18일자.


잡스는 자신의 전기를 쓰는 아이작슨에게 “잔인하게 진실될 것(brutally honest)”을 주문했다. 잡스는 끝내 전기를 읽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아이작슨은 2012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스티브 잡스는 참을성이 부족하고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지만, 점점 더 현명해진 사람이기도 했다. 미(美)와 예술에 대한 사랑을 테크놀로지에 대한 사랑과 결합하려고 애쓴 사람, 무엇인가 완벽하게 창조하려 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또 “위대한 회사를 만드는 것, 그 회사가 창의력과 기술을 결합한 위대한 제품을 끊임없이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스티브는 사람들을 못살게 굴고 미치게 만들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일을 해낼 수 있도록 이끌고 간 사람이기도 했다”(2012년 4월 21일 자)고 말했다.
2005년 6월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한 연설은 자주 인용된다. 1년 전 췌장암 수술을 받고 다시 일어선 때였다. 잡스는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가진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연설의 끝은 다음 같은 말로 맺었다. “항상 배고파 하라, 바보짓을 두려워 말라(Stay Hungry, Stay Foo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