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 참석한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오드리 누나(왼쪽부터), 이재, 레이 아미. 한국에서 시작한 K팝은 국경과 언어를 초월해 '세계의 언어'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AP 연합뉴스


“자유를 갈망하는 강한 메시지, 외부의 좋은 것을 배우고 흡수해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내는 하이브리드 감각, 이 두 가지가 K팝의 창조성을 떠받치는 근원이 아닐까요.”
지난달 국내에 ‘K-팝 현대사’를 펴낸 야마모토 조호 일본 리츠메이칸대 강사는 14일 서면 인터뷰에서 K팝의 성공 요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대학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 초빙연구원 등을 지낸 그는 한국학, 한국근현대사 그국제곡물가
리고 한국 대중문화 전문가로 일본과 한국에서 다수의 저서를 냈다.
1995년 대학생 시절 한국을 여행하다 K팝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그는 지난 2023년 일본에서 ‘K-팝 현대사’를 먼저 출간했다. 19세기 말부터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한국의 근현대사와 연관해 되짚으며 K팝이 왜, 어떻게 세계적으로 확산했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책이다pc게임
. 이번 출간된 번역본은 저자가 직접 한글로 쓰는 한편 K팝의 최근 흐름까지 추가했다.



야마모토 조호의 'K-팝 현대사'. 마르코폴로 제공


‘K-팝 현대사’는 19세기 후반 개항기 조선의 서양음악 수용 과정을 시작으야마토게임동영상
로 K팝의 역사를 추적한다. 일본 독자를 위해 먼저 기획된 책인 만큼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교류가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도 세심히 살핀다. 일본에서 K팝이 인기를 끈 건 주로 2000년대 보아의 일본 데뷔 이후로 이야기되지만 야마모토는 1970~1980년대 이성애 조용필 김연자 등 엔카 장르에서 활약한 한국 가수들의 인기가 일본 내 K팝 열풍으로 이어졌다고 바다이야기모바일
봤다. 그는 “당시 한국 가수들이 일본에서 쌓은 존재감은 훗날 K팝 수용의 심리적 토대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그들의 음악은 단순한 엔카나 트로트가 아니라 한국의 감정과 정서를 전달한 문화적 행위였다”고 강조했다.
1990년대 한국 사회의 ‘자유에 대한 갈망’이 K팝의 뿌리가 됐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SM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이수업종대표주리스트
만은 독재 정권의 언론 탄압 속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 음악의 트렌드를 직접 경험했고, YG엔테테인먼트 창업자 양현석이 몸담고 있던 서태지와 아이들은 가사 검열과 패션 논란 속에서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 JYP엔테테인먼트를 설립한 박진영은 보수적인 사회에 맞서 대담한 표현과 혁신으로 대중문화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그는 “K팝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억눌린 시대 속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찾고자 한 젊은 세대의 표현 운동”이었다고 분석했다.
K팝은 일본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투자를 늘리고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었다. 일본 팬의 높은 소비력과 폭넓은 수용성이 K팝 산업의 안정적 기반이 됐고, K팝은 미국과 일본의 대중음악에서 배운 것에 한국 고유의 역사적 경험을 결합해 새로운 스타일로 승화시켰다. 최근에는 일본 대중음악이 K팝의 영향을 받아 퍼포먼스 중심의 프로듀싱 방식과 팬덤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배우는 등 두 나라는 시대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K-팝 현대사'의 저자 야마모토 조호. 본인 제공


K팝 음반 판매량 감소 등을 근거로 K팝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야마모토는 “위기라기보다 성숙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면서 “산업이 급성장을 마친 후 재편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음반 판매량 같은 수치보다 ‘표현의 깊이와 문화적 확장성’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K팝이 정점을 찍은 후 “다양성의 시대로 넘어가는 단계”라는 관점을 피력하기도 했다.
한국인 멤버 없는 해외 현지화 그룹이 속속 등장하는 등 K가 흐려지는 현상에 대해선 ‘K팝의 진화 과정’이라고 풀이했다. “K팝이 이미 ‘세계의 언어’가 됐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나라와 언어권에서 ‘K의 감수성’을 공유하는 흐름이야말로 K팝이 단순한 산업을 넘어 글로벌 문화 생태계로 발전해가는 징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K팝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그 경계를 더 넓고 깊게 확장시키는 과정인 것이죠.”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