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소 '무제-93108', 1993, 종이에 석판, 71x100cm. 대구미술관


"나는 단색화 작가가 아니다."
단색화 열풍이 한창이던 10년 전 단색화 작가군에 분류되길 거부하던 작가가 있었다. 당시엔 '오리 작가'로 불리던 이강소(82)였다. 그는 "단색화가 서구의 모노크롬과 무엇이 다르냐"며 "박서보·하종현 등과 같이 활동한 적도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강소 회고전 '곡수지유: 실험은 계속된다'를 보면 그의 단색화 부정이 어떤 뿌리에서 시작됐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이 전시는 작가의 50여 년에 걸친 여정을 총망라하며 단색화라는 좁은 분류를 거부하는 그의 실험정신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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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소 예술의 출발점은 고향 대구의 낙동강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강물, 모래,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는 그에게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과 삶의 본질을 깨닫게 해준 근원이었다. 전시장에는 웃통을 벗고 백사장에 앉아 모래를 파내는 그의 초기 퍼포먼스 사진과 강변에서 마주한 갈대를 하얀 조각으로 형상화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그는 "모래를 파내고 앉온라인바다이야기
아 있을 때 위치가 낮아지면서 의식도 달라진다. 순간순간 모든 게 바뀐다"고 말했다. 이 작품들은 자연을 대상화하고 개인의 주관적 표현을 강조하는 서구 미술의 관점을 거부하고 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동양적 사유에서 비롯됐다.
1970년대 이강소는 한국 현대미술의 폭발적인 실험정신 한복판에 있었다. 서울대 동기생들과 '신체제'를 결성하증권시장
고 1970년대 AG(한국아방가르드협회), 에꼴드서울 등 현대미술운동에 참여했으며 1974년에는 계명대 미술관에서 첫 대구현대미술제를 창설했다. 낙동강변에서 열린 제3회 대구현대미술제는 그의 작업 세계가 자연과 깊게 결합되는 계기가 됐다.
그의 대표작인 '허(emptiness)'와 '청명(serenity)' 시리즈는 마치 강물의 흐름처럼 대원산업 주식
관람객의 시선과 빛의 각도에 따라 그 모습과 느낌이 끊임없이 달라진다. 형태에 집착하기보다 우주와 통하는 '기운'을 살리려는, 마치 서예의 기운생동 같은 정신이 깃들어 있다. 그의 조각도 마찬가지다.
이번 회고전은 과거를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색에 대한 갈망을 담고 있는 최근작까지 아우르고 있다. 80대에 접어든 그는 "색이 나를 부르일본주식종목
더라"며 "이미지를 그려본다기보다 주어진 색을 아무렇게나 칠해보는 것에 가깝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타데우스로팍과 전속 계약을 맺고 파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전시는 내년 2월 22일까지.
[대구 이향휘 선임기자]